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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 애지중지

애지중지도 힘들었을거야..

애지중지가 뱃속에 있을 때, 출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써줬다.

정성스러운 태교도 제대로 못해봤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앨범이나 일기에 기록하여 남기지 못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방학이란 생각으로 씩씩하게 출퇴근했는데,

무리였는지 2020년 12월 31일, 아침에 갑작스런 출혈로 병원에 급하게 갔다.

피가난다고 병원 접수대에 이야기해도, 앞에 예약환자들이 기다리고있다며 한시간 넘게 나를 기다리게했다. 걱정과 불안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를 진료해준 의사는 자궁 경부가 열렸고, 태반이 많이 내려왔다고 한다. 응급실에 전화해줄테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한다. 지금 태어나면 아이들의 생존률이 50%도 안된다는 의사의 무서운 말과 함께 울음이 터져나왔다.

충북대학병원은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했단다. 충남대학병원은 응급환자를 받아주겠다고 했단다. 나는 청주에서 사설 응급차를 타고 남편과 함께 대전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차에서 누워있었다. 을지대병원에 도착했다는 응급차 아저씨의 말에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이시간에 을지대학병원에서 충남대학병원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난다.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온 엄마의 모습, 남편의 모습만 생각난다. 산부인과 병실에서 정신없이 많은 검사를 다급하게 진행했고, 갑자기 많은 주사들을 맞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지금 나오기엔 24주 0일차로 너무 어렸기에 맥수술을 해보자고 교수가 그랬고, 수술동의서와 수술로 인해 생길수 있는 위험 상황에 동의를 했다. 그리고 급하게 수술실에 들어갔다.

척추마취 후 내 몸이 거꾸로 매달린 채 수술이 진행되었다. 1시간 이내로 끝나는 수술이라고 했는데, 중간에 내가 잠자고 일어났는데도 수술이 안끝났다. 의료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는다. 2시간정도 지났는데도 수술이 끝나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남편이 내 옆에 있었다.

수술이 시작했을때는 이미 자궁문이 열려 애지의 발과 양막이 밖으로 튀어나와있었다고 한다. 아이를 억지로 넣는 과정에서 양막이 터져 양수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기들이 너무 어리기에 아기를 자궁에 넣는것이 좋겠다는 담당교수님의 생각으로 두 아이를 밖에 꺼내지않고 뱃속에서 지킬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가 애지중지를 잘 돌보지 못해서, 뱃속에서 아가들이 힘들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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